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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 큐요(石川九楊)의 저서

 

디자인 학과 학부 때부터 타이포그라피 작업, 연구에 욕심이 많았고 문자에 관해서는 자동적으로 관심이 깊었다. 특히 문자란 모든 분야와 연계가 되는 것이라 특별히 이렇다 할 수 있는 지침을 두기도 어려운데, 이시키와 큐요라는 인물의 문자 철학은 그동안 디자이너로서 내가 갖고 있던 문자의 인식을 크게 바꾸게 한 계기가 되었다. 서예가이자, 평론가, 문자 연구가인 그가 갖고 있는 문자의 인식은 언어와 양립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다. 문자가 적은 것은 사고인지, 언어인지..., 쓴 문자, 쓰여진 문자, 인쇄된 문자, 입력된 문자가 각각 다른 매체임을 섬세히 구분한다. 

그의 생각을 접하다 보면 내 직업이 디자이너이고 1명의 인간으로 문자 사용의 권리와 자격을 갖고 있지만, 문자를 단순히 내 작업의 소재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문자와 언어를 다룬 철학서들의 대부분이 서구의 저서인 관계로 라틴문자권 출신 연구자의 저서이기 마련인데, 한자문화권의 정서로 저술된 내용인 점에서 쓰기의 개념을 전혀 다른 개념으로 주시하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서구의 “writing”과 동양의 “書”는 “문자”라는 동일 언어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용 방식의 개념이 다르다). 깊이 있고 설득력 있는 그의 저술은 독자를 중독시킨다. 특히 문자에 관심이 깊은 사람일수록 중독된다. 그의 저술을 모두 읽었는데, 한동안 그의 책들을 가방안에 넣고 다니며 전철 안에서의 이동시간, 식당에서 음식 기다리는 시간이 기대되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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